
처음 다카마쓰 여행을 계획했을 때 솔직히 좀 망설였습니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정보가 많은 곳도 아니고, 항공권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곳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3박 4일을 보내고 나니 예상치 못한 만족감이 남더라고요. 우동 하나로 유명한 이 작은 도시에서 첫날은 우동만 먹고, 둘째 날은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면서도 나름의 재미를 찾았습니다. 소도시 여행을 고민하시는 분들께는 이런 경험이 참고가 될 것 같아서, 제가 느낀 다카마쓰의 매력과 아쉬운 점을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
다카마쓰에서 꼭 먹어야 할 우동과 지역 음식들
카가와현(香川県)은 일본에서 우동 생산량과 소비량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여기서 우동이란 단순히 면 요리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출처: 일본정부관광국). 실제로 카가와현의 마스코트는 '야돈'이라는 캐릭터인데, 우동(うどん)을 거꾸로 읽은 이름이죠. 저도 처음엔 단순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지에 가보니 이 정도로 우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더라고요.
제가 첫날 방문한 우동집에서 고기 우동(肉うどん)을 먹었는데, 대 사이즈가 580엔, 한화로 약 5,500원 정도였습니다. 가격도 저렴했지만 진짜 놀란 건 면의 쫄깃함과 국물의 깊은 맛이었어요.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라는 게 하나씩 생기는데, 다카마쓰에서는 단연 고기 우동이었습니다. 한국에 이런 맛의 우동집이 있었다면 매일 찾아갔을 것 같아요. 솔직히 다행인 건, 있었으면 제 체중이 10kg은 더 늘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다카마쓰를 벗어나 구라시키(倉敷)에서는 돈카츠(とんかつ)를 먹었습니다. 맛집 검색 사이트에서 구라시키 지역 1위를 하는 집이었는데, 평일 점심인데도 웨이팅이 있더라고요. 빵가루가 두꺼워서 처음엔 기대를 안 했는데,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서 육즙이 터지는 느낌이랄까요. 오카야마(岡山)에서는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お好み焼き)도 먹었는데, 여기는 사장님과 일본어로 소통이 안 돼서 좀 아쉬웠습니다.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을 텐데요.
주요 맛집 포인트:
- 고기 우동: 580엔(약 5,500원), 면의 쫄깃함과 국물 맛이 일품
- 구라시키 돈카츠: 지역 1위 맛집, 웨이팅 필수
- 오카야마 오코노미야키: 히로시마식, 사장님과의 소통 추천
마지막 날 아침에는 요시노야(吉野家)에서 규동(牛丼)을 먹었습니다. 일본 여행 갈 때마다 꼭 먹는 메뉴 중 하나인데, 한국에도 체인점이 있지만 일본에서 먹는 맛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밥 위에 올라간 소고기의 양념이 달콤하면서도 짭짤해서 아침부터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와 주변 소도시 탐방
다카마쓰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구라시키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여기는 미관지구(美観地区)라는 전통 거리가 유명한데요. 미관지구란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년)의 건축물과 운하가 그대로 보존된 역사 보존 구역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옛날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교토 여행을 했을 때 일본의 전통 거리가 참 좋더라고 느꼈었는데, 구라시키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구라시키까지 가는 데 기차를 한 번 놓쳐서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시간에 어제 편의점에 두고 온 우산을 찾으러 갔는데요. 일본은 분실물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달라서, 물건을 두고 와도 대부분 그대로 있더라고요. 다행히 제 우산도 세븐일레븐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여행하면서 참 안심이 되는 부분이에요.
구라시키 미관지구는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이 예상보다 많았어요. 특히 이 지역은 데님(デニム, 청바지 원단)으로 유명한데, 일본 최초로 데님을 만든 곳이 바로 구라시키라고 합니다. 거리 곳곳에 데님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상점가가 있고, 데님 빵, 데님 핫도그, 데님 만두 같은 독특한 음식들도 팔더라고요. 솔직히 음식 이름에 데님이 붙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지역 특색을 살린 마케팅이라고 보면 재미있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가족들에게 선물을 잘 안 사는 편인데, 구라시키에서는 엄마와 누나를 위해 데님 제품을 하나씩 샀습니다. 여행 중에 가족 선물을 산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평소에는 '나중에 사야지' 하다가 결국 안 사게 되는데, 이번엔 마음에 드는 제품을 보자마자 바로 샀습니다. 미관지구를 돌아보는 데는 2~3시간이면 충분했고, 생각보다 빨리 둘러봐서 오카야마까지 가볼 수 있었습니다.
후지조 온천과 다카마쓰의 밤 풍경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온천(温泉)이죠. 다카마쓰에서 유명한 후지조 온천(富士湾温泉)을 검색해봤는데, 노천탕(露天風呂)이 있는 온천이더라고요. 노천탕이란 실내가 아닌 야외에 설치된 온천 욕조를 말하는데, 밤하늘을 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온천까지 가려면 밤 골목길을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일본 소도시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가 처음엔 좀 무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온천으로 가는 표지판도 곳곳에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았어요. 후지조 온천은 온천 패스(温泉パス)라는 티켓을 판매하는데, 하루 동안 인근 일곱 개 역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온천 입장권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격 대비 혜택이 좋아서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저도 이 패스를 끊고 온천에 갔는데,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남달랐습니다.
온천 내부는 촬영이 금지라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물 자체가 정말 특이했어요. 온천수에 미네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피부에 닿으면 미끄미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미네랄이란 칼슘,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 성분을 말하는데, 온천수에 이런 성분이 풍부하면 피부 개선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일본온천협회). 실제로 온천을 나와서도 로션을 따로 바르지 않았는데 피부가 별로 당기지 않더라고요. 자연치유라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습니다.
온천을 마치고 나오니 밤 10시가 넘었는데, 다카마쓰 번화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소도시는 밤이 되면 정말 조용해지는데, 처음에는 이 고요함이 낯설었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편안하더라고요.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귀국 전날 밤에는 현지에서 유명한 과일 파르페(フルーツパフェ)를 먹었는데, 15,000원 정도 했지만 파인애플, 딸기, 포도 등 신선한 과일이 가득 들어가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카마쓰는 일본 대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지역 음식과 온천을 즐기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3박 4일 동안 계획대로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그 즉흥성이 오히려 여행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항공권이 싸다는 이유로 선택한 도시였지만, 돌아보니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지였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못 하다 보니 현지 분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게 좀 아쉬웠어요. 특히 맛집 사장님들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더 풍성한 경험이 되었을 텐데요. 그리고 여행 정보가 도쿄나 오사카에 비해 현저히 적어서, 미리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불편함조차도 소도시 여행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문제될 건 없었습니다.
일본 대도시를 여러 번 가본 분들 중에서 '이번에는 조용한 곳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다카마쓰를 추천합니다. 반대로 일본 여행이 처음이거나, 볼거리와 쇼핑을 중심으로 여행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비추천입니다. 소도시는 대도시를 충분히 경험한 후에 가야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처럼 항공권이 싸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선택하셔도 괜찮지만, 최소한 우동과 온천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