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처음 대만행을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일본 가지 그래?"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세계 고층 건물 순위를 외우던 습관 때문에 타이베이 101은 제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꼭 봐야 할 목표였습니다. 직항 항공권 60만 원이 부담스러워 11만 원짜리 저비용 항공사(LCC)를 선택했고, 2박 일정에 30만 원의 현지 환전액을 준비해 대만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LCC란 Full Service Carrier와 달리 기내식과 수하물 서비스를 최소화해 운임을 낮춘 항공사를 의미합니다.
타이베이101, 전망대보다 외관이 답이었습니다
대만에 도착해 지하철로 시내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물이 바로 타이베이 101이었습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이 랜드마크는 높이 509.2m로, 101층 구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출처: 타이베이 101 공식사이트).
저는 전망대 입장권이 25,000원 정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건물 내부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도 좋겠지만, 제가 정말 보고 싶었던 건 건물 그 자체의 외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근 샹산(象山)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니 노을과 함께 타이베이 101을 바라보는 경험이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건축물의 진가는 외부에서 봐야 제대로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천루(skyscraper)처럼 수직으로 솟은 건물은 멀리서 전체 실루엣을 봐야 그 웅장함이 전달됩니다. 여기서 마천루란 일반적으로 150m 이상의 고층 건물을 일컫는 용어로, 타이베이 101은 대표적인 슈퍼톨 마천루에 속합니다. 전망대 입장료를 아껴 현지 음식에 투자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지카드 하나면 대만 교통은 해결됩니다
대만 여행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이지카드(悠遊卡, EasyCard)입니다. 한국의 티머니 카드와 유사한 선불 교통카드인데,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 편의점과 일부 식당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공항에서 카드를 4,000원에 구입하고 충전하면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선(MRT Airport Line)은 별도 요금 체계를 적용하기 때문에 추가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저는 이 점을 몰라서 자동발매기 앞에서 한참 헤맸습니다. 공항선 요금은 편도 약 3,200원 수준이며, 타이베이역까지 약 35분이 소요됩니다(출처: 타오위안 메트로).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이지카드의 편의성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대만은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편인데, 소액 결제가 빈번한 여행자 입장에서는 카드 하나로 교통과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충전은 지하철역이나 편의점 어디서나 가능하며, 잔액도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화면에 표시됩니다.
시먼딩 야시장, 딘타이펑 말고도 선택지는 많습니다
타이베이 최고의 번화가 시먼딩(西門町)은 한국의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거리는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붐볐고, 곳곳에 길거리 음식 노점과 상점들이 즐비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대만의 대표 음식들을 체험할 계획이었는데, 가장 먼저 맛본 건 후추빵(胡椒餅)이었습니다.
후추빵은 밀가루 반죽 안에 돼지고기와 파를 넣고 화덕에 구워낸 음식으로, 약 3,000원 정도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한데, 후추 향이 강하게 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강렬한 맛이 오히려 여행의 첫인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아종면선(阿宗麵線) 본점입니다. 곱창 국수라는 독특한 조합의 이 음식은 좌석 없이 서서 먹는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면이 완전히 퍼진 상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하는데, 갈비 육수에 곱창이 어우러진 맛은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만 음식에는 고수(香菜)가 기본으로 들어가는데, 고수를 싫어하는 분들은 주문 시 "不要香菜(부야오 샹차이)"라고 말씀하시면 빼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딘타이펑 같은 유명 체인점보다 이런 로컬 맛집들이 대만 여행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나중에 우연히 들어간 작은 딤섬 가게에서 먹은 샤오롱바오(小籠包)는 8,000원에 불과했지만 육즙과 풍미가 뛰어나 딘타이펑을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만 음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 버블티는 춘수이탕(春水堂) 본점에서 맛보세요. 찹쌀이 들어간 시그니처 메뉴는 일반 버블티와 차원이 다릅니다.
- 야시장 음식은 위생이 걱정될 수 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합니다.
-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어도 괜찮지만, 지하철 내에서는 물도 마시면 안 됩니다. 적발 시 최대 3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2박으로는 부족한 대만, 다음엔 더 천천히
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입니다. 2박 일정으로 타이베이 시내의 주요 명소와 음식을 대략 훑어볼 수는 있었지만, 지우펀(九份)이나 예류(野柳) 같은 근교 지역은 전혀 가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야시장도 시먼딩 외에 라오허(饒河), 스린(士林) 등 각기 특색 있는 곳들이 많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 여행은 경제적이었지만, 좌석이 좁고 기내식이 없다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행 시간이 2시간 반 정도로 짧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만했고, 절약한 비용으로 현지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대만은 일본처럼 정리된 느낌도 있으면서, 중국의 활기찬 분위기도 섞여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12월의 날씨는 한국의 초가을 정도로 선선해서 걷기에 딱 좋았고, 현금과 이지카드만 있으면 대부분의 상황이 해결되는 편리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최소 4박 이상으로 일정을 잡아 타이베이 근교와 타이중, 타이난 같은 남부 도시들도 둘러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대만의 진짜 매력은 유명 관광지보다 골목 안쪽의 작은 식당과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