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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보면 소문보다 못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직접 걸어보니 이건 달랐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울창한 수림(樹林)과 계곡물이 만들어내는 냉기가 몸을 감싸는데, 도심의 더위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청량리에서 무릉계곡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법
제가 직접 짜본 동선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청량리역에서 동해역까지는 KTX 또는 ITX-새마을 열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입니다. 여기서 ITX-새마을이란 인터시티 트레인 엑스프레스(Intercity Train Express)의 약자로, 일반 무궁화호보다 빠르고 KTX보다 저렴한 중간 등급 열차를 의미합니다. 창가 A열은 바다 조망이 가능해 예매 경쟁이 치열한 편이니 미리 확보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동해역에 도착하면 역사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111번 버스를 탑니다. 운행 간격이 짧지 않으니 역에 내리자마자 시간표를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제가 탔을 때는 예정보다 4분 정도 늦게 버스가 들어왔고, 인근 시장이 서는 날이어서 버스가 만석이었지만 금방 자리가 났습니다. 동해역에서 111번 버스 종점인 무릉계곡까지는 약 30분 소요됩니다.
교통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청량리역 → 동해역: KTX 또는 ITX-새마을, 약 2시간 30분
- 동해역 → 무릉계곡: 111번 버스, 약 30분 (버스 시간표 현장 확인 필수)
- 동해역 위치: 하차 후 버스 진행 방향으로 도보 약 2분
무릉반석과 삼화사, 계곡 초입의 볼거리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성인 기준 4,000원인데, 이 중 2,000원은 인근 식당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받습니다. 사실상 2,000원으로 입장하는 셈이니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신성교를 건너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무릉반석은 사진으로 볼 때와 체감이 전혀 달랐습니다. 약 1,500평 규모의 화강암 반석(盤石)이 펼쳐지는데, 화강암 반석이란 넓고 평평하게 발달한 화강암 바위 지대를 의미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평상 위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조선 시대 선비들이 이 절경에 반해 새겨둔 시와 이름들이 반석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글씨를 돌에 얼마나 반듯하게 새겼는지, 내용보다 그 솜씨가 더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발을 담가보니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여름철에는 이 반석이 피서객들로 가득 찬다는데, 그 장면이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반석을 지나면 삼화사 일주문이 나옵니다. 삼화사는 두타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 고찰로, 경내에 국가지정문화재인 3층석탑과 철조노사나불좌상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수목이 울창한 계곡 안쪽에 자리해 분위기가 차분했고, 트레킹을 마치고 복귀 길에 들러도 충분합니다.
쌍폭포와 용추폭포, 코스 하이라이트 분석
무릉계곡 트레킹에서 지형학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구간은 선녀탕에서 용추폭포까지 이어지는 협곡 구간입니다. 협곡(峽谷)이란 양쪽 절벽이 가파르게 발달한 좁은 계곡 지형을 뜻하며, 이 구간에서는 화강암 절벽과 수목이 시야를 좁혀 폭포의 존재감이 한층 극대화됩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코스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었지만, 돌계단과 자갈 구간이 생각보다 많아 샌들형 트레킹화로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밑창이 단단한 트레킹화를 신고 가셨다면 훨씬 수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쌍폭포는 오늘 코스 전체를 놓고 단 하나의 절경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선택할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며달골과 바른골, 두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나란히 떨어지는 구조인데, 계단을 내려가 정면에서 바라보는 각도와 용추폭포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옆으로 바라보는 각도가 각각 다른 감동을 줍니다. 용추폭포는 청옥산과 두타산이 품은 수계(水系)가 화강암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형태로, 폭포 상단 철계단을 50m 정도 오르면 천연 암반 소(沼)를 내려다볼 수 있는 용추정에 올라서게 됩니다. 여기서 소(沼)란 폭포 아래 물이 깊고 고요하게 고인 천연 웅덩이를 말합니다.
국립공원공단의 탐방 데이터에 따르면 무릉계곡은 여름 성수기에 일일 수천 명의 탐방객이 찾는 수도권 근교 핵심 트레킹지로 분류됩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오전 이른 시간대 출발이 쾌적한 탐방을 위해 유리합니다.
트레킹 후 식사와 복귀, 실전 팁 정리
트레킹을 마치고 먹은 산채비빔밥과 감자전, 도토리묵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매표소까지 가는 길목에 식당이 여럿 들어서 있어 선택지가 충분했고, 입장권과 함께 받은 상품권도 여기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트레킹 후 식사는 늘 맛있지만 이날은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복귀 시에는 버스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버스 배차 간격이 넉넉하지 않아서 시간을 놓치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제가 다녀온 후 확인한 자료 기준으로, 여름철 야외 트레킹 시 일사병(日射病) 예방을 위해 물 500ml 이상을 반드시 챙기도록 질병관리청은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코스 중간에 매점이 없으니 출발 전 편의점에서 보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성수기 방문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차장은 제1주차장이 입구와 가장 가깝고, 성수기에는 조기 만차 가능
- 돌길과 계단 구간이 많아 트레킹화 필수, 샌들 비추천
- 버스 시간표는 탑승 전 반드시 사전 확인
- 매표소 옆 화장실이 코스 내 마지막 화장실이므로 반드시 이용 후 출발
왕복 거리는 약 5.2km, 소요 시간은 여유 있게 잡아도 세 시간 이내입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체력에 자신 없는 분도 부담 없이 완주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무릉계곡은 기대치가 높으면 오히려 실망하는 여행지가 많은데, 이곳은 그 반대였습니다. 직접 발로 걸어야만 느낄 수 있는 공기와 물소리, 그리고 쌍폭포 앞에 섰을 때의 감각은 어떤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완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여름철 시원한 계곡 트레킹지를 찾고 있다면, 무릉계곡은 자신 있게 첫 번째로 권하고 싶은 곳입니다. 청량리에서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으니, 올여름 계획 목록에 올려두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