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도 이런 길이 남아 있다는 게 조금 놀라웠습니다.
버스 한 번 타고 도착한 곳인데, 숲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차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나무 냄새와 흙길이 이어지는 풍경이 생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
북악하늘길은 원래 오랫동안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던 곳입니다.
1968년 1·21 사태 이후 북악산 일대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수십 년 동안 통제됐고, 이후 2010년부터 일부 구간이 개방됐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사람 손이 닿지 않았던 덕분인지, 서울 한복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자연이 잘 보존돼 있습니다. 실제로 걸어보면 왜 이곳을 ‘서울 속 숨겨진 숲길’이라고 부르는지 금방 이해됩니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시작하는 북악하늘길 코스
저는 성신여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1162번 버스를 타고 구민회관입구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초반에는 북악스카이웨이 도로 옆 보행길을 따라 조금 걷게 되는데, 이 구간은 생각보다 짧은 편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차도 옆을 오래 걸어야 하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숲길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하늘교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북악하늘길 2산책로가 시작됩니다.
이 구간이 가장 인기 많은 이유를 직접 걸어보니 알겠더라고요. 나무가 워낙 울창해서 햇빛도 부드럽게 들어오고, 공기 자체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피톤치드 향이 진하게 느껴졌는데, 숲 안에서 잠시 멈춰 있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경암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역사 현장
북악하늘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호경암이었습니다.
1968년 당시 무장공비와 경찰이 실제로 교전을 벌였던 장소라고 하는데, 지금도 바위에 총탄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보는 느낌은 꽤 달랐습니다.
기념비 뒤편 바위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고 있으니, 단순히 숲길을 걷는다는 느낌보다 서울 한복판 역사 현장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습니다.
호경암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조금 가파른 편이라 천천히 올라가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올라가서 보는 풍경과 분위기는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만했습니다.
북악하늘길 걸을 때 체크하면 좋은 포인트
직접 걸어보면서 느낀 팁들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구민회관입구 정류장 근처에서 미리 화장실 이용하기
- 다모정 이후에는 화장실 간격이 꽤 긴 편
- 호경암 총탄 자국은 기념비 뒤쪽 바위에 있음
- 남마루 쉼터는 바람이 잘 불어 쉬어가기 좋음
- 후반부 오르막은 생각보다 경사가 있는 편이라 페이스 조절 필요
전체 코스는 하늘교 → 북카페 → 하늘전망대 → 호경암 → 남마루 → 성북천 발원지 → 숙정문 안내소 → 삼청각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걸으면 보통 3~4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였습니다.
성북천 발원지에서 잠시 쉬어가기
코스 후반부에 나오는 성북천 발원지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작은 바위 틈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결국 청계천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서울 도심 안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크게 화려한 장소는 아니지만, 숲길 분위기와 잘 어울려 잠시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트레킹 후 함께 들르기 좋은 성북동 길상사
북악하늘길을 걸은 뒤에는 길상사까지 함께 들러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삼청각 방향에서 성북동 안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장소였습니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유명 요정 자리였다고 합니다.
이후 김영한 여사가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지금의 사찰로 바뀌게 됐다고 하는데, 이런 배경 이야기를 알고 둘러보니 분위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시간이라 그런지 절 분위기가 더 조용하고 차분했습니다.
경내를 천천히 걷다 보니 트레킹 마무리 장소로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여운이 길게 남는 트레킹 코스
북악하늘길은 단순히 숲길만 걷는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서울 도심 안에서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 차도 구간은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숲길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성북동 길상사까지 함께 묶어서 걸으면 하루 코스로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서울 숲길이나 서울 도심 트레킹 코스를 찾고 있다면, 북악하늘길 2산책로는 한 번쯤 걸어볼 만한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