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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을 직접 다녀온 저로서는 "동해 쪽 계곡이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보고 나니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습니다. 기암절벽이 양쪽에서 계곡을 감싸는 풍경은, 무릉계곡과는 결이 전혀 달랐습니다.
대한민국 유일의 기암계곡 드라이브코스
7번 국도 호산 교차로에서 가곡천을 따라 내륙으로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덕풍계곡은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에 자리한 계곡으로, 총연장 43.5km에 달하는 가곡천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곳입니다. 제가 직접 이 길을 달려보니, 무릉계곡처럼 걷다가 만나는 계곡이 아니라 드라이브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특이한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기암계곡이란 거대한 절리(節理) 구조를 가진 암반들이 양안을 형성하는 지형을 말합니다. 절리란 암석이 오랜 세월 압력과 풍화를 받아 일정한 방향으로 쪼개지면서 생긴 균열 구조인데, 덕풍계곡은 이 절리가 수십 미터 높이의 수직 절벽 형태로 남아 있어 다른 계곡과 확연히 구분되는 경관을 만들어냅니다.
옛 설화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향나무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냈는데, 그 비둘기가 이곳에 내려앉는 순간 바위산이 양갈래로 갈라지면서 물길이 생겼다고 합니다.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 계곡을 차로 오르다 보면 "이 길이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자연이 갈라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납니다. 저는 무릉계곡 트레킹 때도 비슷한 감탄을 했는데, 덕풍계곡의 드라이브는 그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덕풍계곡 마을회에서는 5월부터 10월까지 제1·제2 야영장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계곡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청결 상태가 유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계곡 전체가 고수부지(高水敷地)로 지정되어 있는 구간도 있어서, 무분별한 취사나 캠핑은 제한됩니다. 고수부지란 홍수 시 물에 잠길 수 있는 하천 부지를 의미하며, 자연 보호와 안전을 위해 이용 행위를 규제하는 지역입니다.
시설 이용 관련 핵심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차비: 승용차 기준 하루 5,000원 (제1·제2 야영장 주차장 공통)
- 셔틀버스: 제1 주차장에서 덕풍마을까지 1인당 편도 3,000원
- 샤워장: 3,000원
- 캠핑카·스텔스 차박: 계곡 내 야영장에서 불가
- 비수기 할인: 현재는 없음 (성수기 요금이 비수기에도 그대로 적용됨)
마지막 항목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비수기에는 요금을 할인해주면 더 많은 방문객이 분산되어 방문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성수기와 동일한 요금이 적용됩니다. 마을 자체 운영이라 어느 정도 수익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찾아오는 분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너럭바위 아래 에메랄드 소(沼)에서의 물놀이
덕풍계곡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육건바위 포인트는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801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계곡물이 맑다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광대한 너럭바위가 펼쳐지고, 그 아래 깊은 소(沼)가 형성되어 있는데, 수심이 상당해서 스노클링(수면 바로 아래를 관찰하며 유영하는 활동)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소(沼)란 하천이나 계곡에서 물살이 느려지고 바닥이 움푹 파인 곳에 깊은 연못처럼 형성된 지형을 말합니다. 덕풍계곡의 소는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이는 수심이 깊을수록 단파장의 청록색 빛이 흡수·산란되어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는 광학적 현상입니다. 제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6월 중순 기준으로 봐도 계곡물이 투명하게 바닥까지 보일 만큼 맑았다는 점에서, 한여름 성수기의 소는 실제로 그 빛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무릉계곡에서 제가 경험한 것과 비교하면, 덕풍계곡의 너럭바위 포인트는 활용도가 훨씬 높습니다. 무릉계곡은 무릉반석이 장관이긴 하지만 물놀이보다는 감상에 가까운 반면, 육건바위 포인트는 돗자리를 깔고 누워 쉬다가 소 안으로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고, 스노클링으로 수중을 탐색하는 것까지 한 장소에서 가능합니다. 가족 단위부터 전문 다이버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평이 과장이 아닌 셈입니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내 여행 통계에 따르면, 여름철 계곡 여행 시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은 무리한 도하(渡河)와 지형 파악 미숙이 주를 이룹니다. 도하란 계곡이나 하천을 건너는 행위를 말하는데, 바위가 미끄럽거나 수심을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무릉계곡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물이 맑고 깨끗하다는 이유로 방심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연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도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습니다. 환경부의 하천 수질 관리 기준에 따르면 계곡 구간에 적용되는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은 1급수 기준 1mg/L 이하입니다. BOD란 물속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할 때 소비하는 산소의 양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물이 깨끗하다는 의미입니다. 덕풍계곡이 마을 주민들의 자체 관리 덕분에 이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비슷한 계곡 명소들 중에서도 드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출처: 환경부).
주말이나 성수기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셔틀버스 이용을 권장합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탐방로가 좁아서 차량 교행이 어렵고, 걷는 트레커와 차량이 뒤섞이면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덕풍계곡 탐방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자연이 잘 보존된 계곡"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수기 할인이 없고 시설 이용 규정이 복잡한 점은 분명히 아쉽지만,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계곡을 지켜온 결과가 이 수질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무릉계곡처럼 접근성이 좋지는 않지만, 그만큼 덜 소비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덕풍계곡만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차박지로 제1 주차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나곡해변을 함께 동선에 넣는다면, 계곡과 바다를 하루 안에 모두 즐기는 만족도 높은 동해 여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