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주쿠에서 밥 한 끼 제대로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도쿄 최대 번화가답게 식당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선택이 어려웠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 신주쿠에 갔을 때 구글 지도만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체인점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일본에 자주 가면서 현지인들이 진짜 찾는 곳과 관광객만 북적이는 곳의 차이를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신주쿠에는 분명 숨은 보석 같은 맛집들이 있는데, 정보 없이 가면 그냥 지나치기 쉽더라고요.
츠케멘과 쇼유라멘, 어떤 라멘을 선택해야 할까
신주쿠에서 라멘집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라멘 종류입니다. 츠케멘(つけ麺)이란 면과 국물이 분리되어 나오는 스타일로, 면을 진한 디핑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츠케멘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라멘보다 훨씬 굵고 쫄깃한 면발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제 경험상 한국 분들이 처음 드셔도 거부감 없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멘야 무사시 신주쿠 본점은 츠케멘의 원조 격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오모이데요코초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도 쉽고, 구글 평점 4.2점에 리뷰 수가 3천 개가 넘는 걸 보면 검증된 맛집임을 알 수 있습니다(출처: 구글 맵스). 저는 평일 저녁 7시쯤 방문했는데 대기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고, 주방이 훤히 보이는 카운터 좌석에서 식사했습니다. 면 사이즈는 보통·중·대로 선택 가능한데 추가 요금이 없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차슈 모듬을 추가했더니 정말 푸짐하게 나오더라고요.
하야시다 라멘은 츠케멘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입니다. 신주쿠 3초메 주변에 있는 이곳은 닭 육수 베이스의 쇼유(간장) 라멘과 시오(소금) 라멘으로 유명합니다. 쇼유 라멘이란 일본 전통 간장 양념을 사용한 라멘으로, 돼지뼈 육수가 아닌 닭 육수를 쓰기 때문에 느끼함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먹어본 라멘 중에서도 가장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얇게 썬 차슈도 국물과 잘 어울렸고, 기름진 음식에 지쳤을 때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웨이팅이 조금 있긴 했지만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아서 신뢰가 갔습니다.
야키토리와 쿠시카츠, 일본 꼬치 요리의 진수
일본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야키토리와 쿠시카츠입니다. 야키토리(焼き鳥)란 닭고기를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운 요리를 말하는데, 부위별로 맛과 식감이 천차만별이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신주쿠 가부키초에 있는 카미야는 제가 7년 동안 일본에 살면서 가본 야키토리집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양파 야키토리입니다. 보통 야키토리집은 대파를 사용하는데 카미야는 양파를 쓴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양파의 단맛이 숯불 향과 만나면서 정말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데, 재료가 떨어지면 대파로 판매한다고 하니 양파가 남아있으면 정말 럭키입니다. 주문할 때 점원이 뭐라고 물어보면 일단 "네기마(ねぎま)"라고 답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네기마란 파와 고기를 번갈아 꿴 기본 야키토리를 의미합니다. 그다음 나마비루(生ビール), 즉 생맥주를 주문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곳은 가게 안에서 흡연이 가능해서 담배 냄새에 민감하신 분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가격표도 따로 없고 계산할 때 금액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제 경험상 바가지 쓰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격 대비 맛과 양이 훌륭했습니다.
쿠시카츠는 어떨까요? 쿠시카츠(串カツ)란 여러 재료를 꼬치에 꿴 후 튀긴 요리로, 흔히 꼬치튀김이라고 부릅니다. 신주쿠에 있는 타츠키치는 구글 평점 4.6점으로, 제가 먹어본 쿠시카츠집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출처: 구글 맵스). 이곳의 특이한 점은 오마카세(おまかせ) 방식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꼬치가 하나씩 나온다는 겁니다. 오마카세란 '맡기다'라는 뜻으로, 주방장이 추천하는 메뉴를 순서대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메뉴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편했습니다.
꼬치 하나당 약 2천 원 정도로 성인 남성 기준 4만 원 안팎이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재료 신선도와 튀김 정도가 완벽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인데도 가격이 합리적이라 여러 번 방문하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오니기리부터 야키니쿠까지, 신주쿠의 다양한 맛
일본 음식 하면 라멘과 꼬치만 생각하기 쉬운데, 신주쿠에는 의외로 다양한 장르의 맛집이 숨어 있습니다. 오니기리 만마는 이세탄 백화점 바로 뒤편에 있는데, 편의점 삼각김밥과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로컬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먹밥 하나에 3천~6천 원으로 조금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크기가 상당히 커서 두 개만 먹어도 한 끼가 충분합니다.
맥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퍼펙트 비어를 꼭 가보세요. 구글 평점 4.8점이라는 거의 천상계 점수를 받은 이곳은, 맥주를 유리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탄산감이 눈에 보일 정도로 시원합니다. 기린의 하트랜드(Heartland)라는 맥주를 사용하는데, 이 맥주의 특징은 도수가 낮아 목넘김이 부드럽고 맥주 특유의 비린 맛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거품만 담긴 맥주나 거품이 전혀 없는 맥주도 팔아서 신기해서 시켜봤는데 의외로 맛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맥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야키니쿠는 어떨까요? 신주쿠에는 관광객을 겨냥한 무한리필 가게도 많지만, 제대로 된 와규를 먹고 싶다면 야키니쿠 도라지를 추천합니다. 일본의 유명한 야키니쿠 체인점 중에는 한국에서 시작된 곳이 꽤 있는데, 도라지도 그중 하나입니다. 런치 세트를 이용하면 가성비가 정말 좋은데, 5만 원 정도면 와규를 포함한 고기 구성과 숯불 그릴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같은 가격대의 조조엔보다 도라지가 더 인상적이었고, 특히 숯불에 구워 먹는다는 점이 고기 맛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저렴하게 한 끼 해결하고 싶을 때는 중화 요리 체인점인 바미얀을 추천합니다. 넓은 좌석과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태블릿 주문 시스템이 있어서 일본어가 서툰 분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매번 기름진 일본 음식에 지쳤을 때 들르기 좋고, 볶음밥이나 북경오리 같은 메뉴가 의외로 맛있습니다.
신주쿠는 정말 다양한 음식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라멘 하나만 해도 츠케멘, 쇼유, 시오 등 스타일이 전혀 다르고, 야키토리와 쿠시카츠도 가게마다 개성이 뚜렷합니다. 처음 가시는 분들은 유명한 체인점부터 시작하셔도 좋지만, 조금 용기를 내서 로컬 가게에 들어가 보시면 예상치 못한 맛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일본어가 서툴러서 주문이 두려웠는데, 몇 번 경험하다 보니 그게 오히려 여행의 재미더라고요. 신주쿠에서의 식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즐거운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