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으로 해외 부럽지 않다는 말, 솔직히 절반은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울릉도에서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을 쓴 사람이 누군지 찾아가서 악수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포항에서 배를 타고 나서야 이 섬이 왜 국내 여행의 끝판왕이라 불리는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포항 출발부터 크루즈 탑승까지, 여행의 시작
울릉도 여행은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시작됩니다. KTX로 포항역에 내리면 터미널 셔틀버스 정류장이 출구 바로 앞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고, 30분 정도면 선착장에 닿습니다. 여기서 탑승하는 울릉 크루즈는 1,200명이 탑승 가능한 대형 선박인데, 이 배의 특징이 국내 유일 스태빌라이저(stabilizer)를 장착했다는 점입니다. 스태빌라이저란 선체 양측에 부착된 핀 형태의 장치로, 파도에 의한 횡요(rolling)를 억제해 승객이 느끼는 흔들림을 크게 줄여주는 기술입니다. 배 안 수족관에 물고기를 넣어두고 "이 정도로 안 흔들린다"는 걸 직접 보여주는 장치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뱃멀미를 완전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파고가 높은 날이면 스태빌라이저가 있어도 속이 약한 분들은 힘들 수 있습니다. 멀미약은 출발 최소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고, 승선 후 바로 8층 라운지로 올라가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5층 카페테리아보다 8층 라운지의 만족도가 높다는 건 제 생각과도 일치했습니다. 음료는 5,500원에서 7,500원 사이이고, 야외 갑판에서 운영하는 포차에서는 어묵탕과 울릉도 흑돼지를 팔기도 합니다. 배 타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가 충분했습니다.
크루즈 내 객실은 9층 건물 규모에 227개 객실을 갖추고 있고, 씨사이드 객실은 창문으로 바다가 내다보입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창문 하나의 차이가 여행의 분위기를 꽤 바꿔줍니다. 울릉 크루즈 이용 시 확인하면 좋은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승선 시각: 출발 전 11시 50분부터 가능, 일찍 탑승할수록 좋은 자리 선점 가능
- 객실 등급: 스위트룸 2인실부터 10인실까지, 씨사이드 객실은 추가 비용 발생
- 식음료: 중식 뷔페(주간편 운영), 8층 라운지, 야외 포차 이용 가능
- 편의시설: 매점, 카페, 외부 갑판 개방, 객실 내 화장실 완비 (수건 별도 지참 권장)
행남 해안 산책로와 독도, 이 두 곳이 울릉도의 전부입니다
저는 울릉도에서 많은 곳을 다녔지만, 솔직히 이 두 곳만으로도 여행 전체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남 해안 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해안 탐방로(coastal trail)입니다. 해안 탐방로란 해식애(海蝕崖), 즉 파도와 침식 작용으로 깎인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보행로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구간이 포함될 만큼 학술적 가치도 높고,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한 이력도 있습니다(출처: CNN Travel).
제가 걸을 때는 절벽 아래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꽤 컸는데, 에메랄드빛 바다 색깔이 제주도와는 또 달라서 계속 멈춰 서게 됐습니다. 육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말이 이 길을 두고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탄하지만 시작 지점에 가파른 계단이 있어 노약자분들은 체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낙석으로 폐쇄됐던 일부 구간은 현재 임시 개통 상태이므로, 방문 전 울릉군청 홈페이지나 현지 안내를 통해 통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독도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약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데, 연간 입도 가능일이 약 60일 안팎에 불과합니다. 기상 악화 시 즉시 통제되기 때문입니다. 울릉도 기상 및 해상 교통 정보는 국가해양교통정보센터(GICOMS)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국가해양교통정보센터). 여기서 GICOMS란 Government Integrated Communication and Operation Management System의 약자로, 해상 항로 및 기상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정부 시스템입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89개의 부속 도서로 이루어진 화산도(volcanic island)입니다. 화산도란 해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섬을 가리키며, 기반암이 현무암과 조면암 계열로 구성되어 있어 독특한 지형을 이룹니다. 관람은 동도 부두로 제한되고 약 20분 내외로만 머물 수 있지만, 제 발이 닿는 순간만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독도에 상륙했거나 선상에서 일주한 방문객은 독도 명예 주민증을 신청할 수 있으니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알고 가야 덜 실망하는 것들, 울릉도 여행 현실
울릉도를 마냥 낭만으로만 그리면 현지에서 당황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섬이다 보니 물가가 육지보다 전반적으로 높고,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넓어 렌트카나 오토바이 없이는 이동이 불편한 구간이 꽤 있습니다. 택시도 있지만 수요가 많을 때는 잡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날씨입니다. 이 부분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배 결항, 독도 입도 취소, 행남 해안 산책로 통제가 하루 안에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다녀올 때도 일정 하나가 날씨로 바뀐 적이 있었는데,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가 없으면 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 일정을 빡빡하게 짜지 말고, 예비 일정을 하나 이상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먹거리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따개비 칼국수는 호박과 미역이 함께 들어가는 조합인데, 처음엔 낯설었지만 먹고 나니 잊히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해중 전망대 인근 만광식당의 꽁치 물회도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리분지 산책, 태하향목 모노레일, 우산국 박물관 같은 일정도 기대 없이 갔다가 예상 밖으로 좋았던 곳들이었습니다.
울릉도는 준비를 잘할수록 더 좋은 여행이 되는 곳입니다. 날씨 확인은 출발 전부터 현지까지 습관처럼 하고, 크루즈 예약과 독도행 여객선 예약은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섬은 한 번 다녀오면 다시 가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한 번 더 가려고 날씨 좋은 계절을 틈틈이 노리고 있습니다.